오세훈-김문수 날개 달고 박지원-이정현 흔들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재보선 이후]與野중진 재보선 성적표 희비

4·29 재·보궐선거의 주연은 각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과 여야의 당 대표였지만 ‘주연급 조연’ 역할을 한 유력 정치인도 적잖았다.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오세훈·김문수 ‘맑음’, 이정현은 ‘흐림’

새누리당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번 재·보선의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을 불러왔다는 ‘원죄론(原罪論)’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서울 관악을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오신환 의원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오 전 시장과 오 의원은 2006년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오 전 시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인사들이 현장에 많이 다녀갔고 선대본부장을 맡다 보니 접촉면이 넓어져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옛 소장파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경기 성남 중원에서 신상진 의원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아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운동권 후배인 신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 김 전 지사는 “1980년대에 성남에서 활동했고 경기도지사도 지내 아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다”며 기뻐했다.

그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개혁’ 이미지를 높인 데 이어 이번 재·보선 승리로 차기 대선후보군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정현 최고위원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광주 서을 선거를 책임지고 정승 후보의 유세에 앞장섰지만 정 후보는 11.1%의 낮은 득표율에 그쳤다. 이 최고위원은 유세 도중 “광주 시민들이 이정현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안철수 ‘반사이익’ 기대, 박지원 ‘호남 맹주’ 흔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새정치연합이 4곳에서 모두 패하며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에 의구심이 커졌고 “정권 교체의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선거전에서 전력투구하며 ‘선당후사(先黨後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노(비노무현) 세력의 한 축인 김한길 전 대표도 대안을 모색하며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호남의 맹주 격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선거를 지원했지만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 참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호남정치 복원’을 기치로 세력화를 공언한 만큼 호남 지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 전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 전 원내대표의 ‘당권-대권 분리론’이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며 “박 전 원내대표가 친노(친노무현) 지도부의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올 경우 힘이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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