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1차 컷오프 이후]“서운한 것 없지만 어른은 있어야”
“의원들 죄인 만들고… 리더십 실종”
문희상 “억울해도 당 결정 따를것”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의원(사진)은 25일 오전 1시경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같은 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로부터 4·13총선 공천 배제(컷오프) 통보를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유 의원은 24일 오후 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보좌진이 말렸지만 “당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며 듣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경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홀가분해 보였다.
유 의원은 “아내가 이번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나이(68세)도 있고 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출마 선언) 타이밍을 놓쳐 버린 거지”라고 했다. 유 의원은 컷오프 소식을 이날 오전 홍창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는 “뭐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어. 그런데 당이 혼란스러울 때는 나 같은 ‘꼰대’도 당에 좀 필요하긴 한데…. ‘어른 같지 않은’ 어른 말고 ‘어른 같은’ 어른이 말이야”라며 마음 한 편의 서운함도 드러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유 의원은 문희상 의원과 대구 홍의락 의원의 탈락에 대해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당에 리더십이 없다는 걸 뜻하지. 당이 지금 없는 거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유 의원은 “자업자득이다. 당이 하도 내홍에 싸이다 보니 혁신위, 평가위니 만들어 한 거 아니냐”며 “도대체 대구에서 싸우는 놈을 자르질 않나, 전직 당 대표를 자르질 않나. 정치집단이 할 짓이냐”고 다소 격앙된 표정이었다. 이어 “정치 혐오만 하던 사람들을 공관위원으로 만들어 공천한다고 하니 국회의원을 다 죄인 만들고…”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탈당자와 불출마자가 컷오프 의원 수인 21명을 넘어 (하위 20%를)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대위 일부 위원이 고집해서 공개하게 됐다는 거 아냐”라며 “당 지도부가 (미리) 정리해야지, 공개하라고 해서 방치해 두는 게 할 일이냐는 거지”라고도 했다. 24일 밤 12시 무렵 그는 “그래도 친노(친노무현) 날렸으니 호남에서는 좋아하겠지? 술이나 한잔 사”라고 말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문희상 의원은 25일 “당이 나한테 억울하거나 불쾌하게 하더라도 꼭 따랐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당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의원도 이날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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