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첫 ‘사죄’ 언급… ‘불가역적 해결’은 족쇄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합의 내용과 향후 전망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서 받아낼 수 있는 협상의 최대치라고 판단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한일이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해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외교 협상에서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다”고도 했다. 또 정부는 이날 합의안이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한일이 주고받은 ‘사사에 안(案)’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가 제기된 지 24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도 3년 가까이 끌어온 사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결과물에 만족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 ‘도의적’ 수식어 뗀 책임 통감


이날 합의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軍)의 관여로 다수 여성에게 상처를 입힌 문제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사에 안’이나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당시 일본 총리 서한에는 ‘도의적 책임’이라는 언급만 있었다. 외교부는 “책임 앞에 수식어가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우리는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일본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게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는 “‘책임을 인정한다(I accept responsibility)’에 비해 ‘책임을 통감한다(I am sorry)’의 의미가 약한 게 사실”이라며 “일본 보수는 이 부분을 놓고 ‘책임 인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베, 2012년 취임 후 ‘사죄’ 첫 언급

기시다 외상은 또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대신으로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총리 취임 이후 자신의 언어로 ‘사죄와 반성’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반면 사죄 언급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차례 있었다. 또 아베 총리는 이날 합의에 대해 “차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합의”라고 말해 ‘자신의 사죄=위안부 문제 재론 방지’ 목적임을 내비쳤다.

○ 최종적·불가역적 합의의 유효성

한일 외교장관은 이번 합의가 착실히 이행될 경우 이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고 합의했다. 기시다 외상은 “이번 합의로 한국이 골포스트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해 그간 주장해 온 ‘한국의 골대 이동론’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이 합의의 ‘최종적·불가역적’ 성격이 지켜질지는 일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1993년 고노 담화 직후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한일 외교 현안으로 제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본이 독도,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로 역사 도발을 지속하면서 약속은 번복됐다.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은 “국제관계에서 ‘최종적(final)’이라는 단어와 달리 ‘불가역적인(Irreversible)’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는 정부 간 합의여서 민간 차원이나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번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가역적’이라는 약속 때문에 이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홍정수 기자
#아베#위안부협상#외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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