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후지코시사 책임 인정
“침략전쟁중 불법 인력동원… 한일협정으로 배상권리 소멸 안돼”
“지금이라도 해결됐으니…. 반갑고 기분 좋아.”
판결 선고 직후 지팡이를 짚고 법정을 나서는 김옥순 할머니(87)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정민)는 23일 “후지코시사는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총 5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은 일제강점기인 1944∼45년 강제 동원될 당시 13∼15세에 불과했다. 김 할머니는 1945년 소학교 졸업 직전 강제 징용됐다. “일본에 가면 공부를 시켜준다, 공장에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도 일부 있었지만 그는 이런 말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60명의 반 학생 중 제비뽑기로 50명이 뽑히던 날 못 간다고 소리치고,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귀국할 때까지 비행기 부품 등을 만드는 일을 해야만 했다.
재판부는 “당시 일본은 중일 전쟁 등 불법 침략전쟁을 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에 적극 편승했다”며 “어린 여성들이었는데도 가혹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을 한 불법행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후지코시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고,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피해자들이 근로정신대에 ‘지원’했는지, ‘강제 동원’됐는지 구별 없이 청구한 배상액 1억 원이 모두 인정됐다. 2014년 피해자들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첫 번째 소송에서는 강제성 여부에 따라 위자료를 8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달리 지급하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행위의 불법성 정도와 귀국 후에도 상당 기간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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