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참상을 기록해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위안부 백서’의 발간이 올해에도 무산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정부는 백서를 외국어로 옮겨 해외에 배포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하지 않아, 일본 측의 반발을 우려해 당초 계획했던 취지의 발간 작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4일 “위안부 백서의 내용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연내 발간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한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의 활동을 백서에 반영하고 표현도 다듬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가부의 용역에 따라 국민대 일본연구소 등이 2014년 7월부터 백서 초안을 집필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30일 이미 1차 보고서를 제출했고, 재단이 출범한 지도 벌써 4개월가량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가부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인사는 “지난해 말 이후 여가부로부터 백서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에게 제출한 ‘2017년도 위안부 관련 세부 예산’에 따르면 위안부 관련 예산은 올해 41억6500만 원에서 27억89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위안부 백서를 발간하기 위한 인쇄비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하고 해외에 배포하기 위한 홍보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백서 발간을 처음 추진할 당시 여가부가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해 국제사회에 보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여가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상호 비난을 자제한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탓에 백서 발간을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신 의원은 “예산도 없이 발간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우리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피해자 중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백서는 위안부의 역사와 경과를 균형 있게 정리한 것이라 위안부 합의와는 무관하고, 번역·홍보는 다른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완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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