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 “위안부 문제 악화시킬 언행 자제를” 아베 우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외교 3각 파도/한일 소녀상 갈등]“韓-日 합의는 상처 치유가 핵심”
아베 소녀상 철거 압박에 맞대응 “정부뿐 아니라 모두 합의 존중을”
재협상 주장 야권에도 자제 촉구… 野 “국정협의체 구성해 풀어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상황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랭하자 일본 정부의 과도한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동시에 연일 위안부 재협상을 거론하는 야권을 겨냥해 자제를 촉구한 중의(重義)적 표현으로 풀이된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한 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그리고 마음의 상처 치유를 도모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의 상처’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저강도 대응’을 해온 정부의 기조와 달리 황 권한대행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악화된 대일 감정과 ‘외교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한일 양국 정부뿐 아니라 모든 이해 당사자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에둘러 지적하면서 ‘차분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위안부 협상은 국가 간 합의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협상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합의 준수’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야권은 발끈했다. 황 권한대행이 일본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야권을 비판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취지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적반하장’ 일본에는 큰소리 한번 못 내면서 국민에겐 어찌 그리도 당당한가”라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나 재협상을 위해 국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잘못된 위안부 협상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라며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구성해 시급하게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일행이 아베 총리와 면담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가미네 대사의 한국 복귀 시기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선 “우리는 약속을 성실히 실행해 왔다. 당연히 한국 측도 그런 판단을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홍수영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황교안#외교#한국#일본#소녀상#아베#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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