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주요 인사들이 2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5위의 거대 경제권인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5G(5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을 비롯해 개발 협력 논의가 한창인 스마트시티 조성과 관련한 적극적인 사업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5대 그룹 총수급 중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초대받았지만 출장 등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정치·경제·문화적 공동체다. 인구만 6.5억명으로 세계 3위에 달하는 데다 중위연령 29.2세의 젊고 역동적인 인구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천연자원, 연 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한국 기업에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2018년 말 기준 GDP(국내총생산)이 2조9000억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5위 규모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휴대폰 공장을, 호찌민에서는 TV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박닌성 옌퐁공단에 디스플레이 모듈 등의 생산시설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베트남을 찾아 총수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총리와 면담하는 등 현지 투자 및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 1월 베트남의 탄콩그룹과 판매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10만대 판매 돌파에 도전한다. 현대차의 베트남 생산 합작 법인(CKD) ‘HTMV(Hyundai Thanh Cong Manufacturing Vietnam)’는 올해 1월부터 기존 2교대 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기존 4.9만 대에서 최대 6만 대까지 올렸으며 2020년 하반기에는 HTMV 2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10만 대까지 확대해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나갈 계획이다.
SK는 지난 5월 베트남 1위 민영회사인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23%를 차지하는 시총 1위 민영기업으로 부동산, 유통, 레저, 스마트폰, 자동차 다양한 사업부문을 두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한화 약 5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SK㈜는 작년 1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공장 인력을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최근 결정했고,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인 LG CNS는 2014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현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을 일본, 한국에 이은 ‘제3의 롯데’가 만들어질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에는 롯데GRS, 백화점, 호텔, 면세점, 마트 등 약 16개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임직원 수는 1만4000여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에는 마트, 백화점 등 10여 개의 롯데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약 8천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베트남은 하이테크 산업에 과세소득발생일로부터 4년간 법인세 면제, 이후 9년간 법인세 50% 감면 등 파격적 투자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총리가 직접 나서 삼성전자에 공장부지 임대료 면제, 호찌민 가전공장에 전용 전력 공급선을 제공했다.
이번에 방한한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태국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동부경제회랑’(EEC, Eastern Economic Corridor)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차세대 자동차, 스마트 전자, 디지털 등 4차 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는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협상에 최종 서명했다.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향후 한국 자동차 업체가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면 사실상 관세 없이 현지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산자원부 공동주최로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송대현 LG전자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재영 신세계 사장 등 450여명이, 아세안측에서는 베트남 팜딘도안 푸타이그룹 회장, 싱가포르 더글라스 푸 사카에홀딩스 회장, 미얀마 페표 테자 투그룹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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