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사무총장 “韓-아세안 30년 우정…국제사회 불확실해질수록 뭉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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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족 호이 사무총장,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맞아 방한
한-아세안 파트너 관계 30주년
한국, 대 아세안 교역규모 185조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
“아세안, 친환경 기술·스마트시티 등 배우고…한국에 역동적 시장 제공”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지금처럼 국제 사회에 불확실성이 늘어날수록 한-아세안 대화는 더욱 중요합니다.”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68)은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아세안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을 여러 차례 찾았지만 특히 이번 부산 방문은 남다르게 다가올 만 하다.

아세안 사무국은 1976년 동남아 10개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 한국이 아세안과 ‘부분 대화 파트너’로 관계를 수립한 것은 1989년으로 올해는 양자가 공식적인 관계를 수립한 지 30년째다. 30주년을 맞이한 한-아세안 관계의 의미와 미래를 림 사무총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급변하는 세계·새로운 압력을 마주한 상황…서로에게 버팀목 되어줘야”

브루나이 출신인 림 사무총장은 브루나이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통상국 총국장과 외교통상부 차관(경제통상담당)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한-아세안 협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을 묻는 질문에도 양자 사이의 활발한 경제 교류를 꼽았다. 그는 “1989년 처음 대화관계를 수립한 후 우리(한국과 아세안)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교류를 넓혀왔다. 특히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 아세안 교역 규모는 1597억 달러(약 185조 7000억 원)로 중국 다음으로 크다.

그는 “아세안은 지난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졌다. 6억5000만 인구의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사업 진출과 투자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게 아세안이 주요 교역 대상일 뿐 아니라 아세안 역시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양자 간의 교류를 강조했다. FDI는 단순히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반적인 투자와 다른 개념으로 지적재산권와 기술 제휴 등 해당 국가의 기업과 지속적인 경제 관계를 수립하는 투자를 뜻한다.

특히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한-아세안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림 사무총장은 “부산에서의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은 급변하는 세계와 새로운 압력을 마주한 현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은 한국으로부터 친환경 기술이나 창조경제, 스마트시티 개발 등을 배울 수 있다. 동시에 아세안은 한국에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한-아세안은 투자와 교역 규모의 2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내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세안 대학에 한국서 박사 유학 프로그램…경제 넘어선 교류 확장

림 사무총장이 이야기한 것은 경제 분야뿐이 아니다. 상품 교역 위주 경제교류를 넘어 인적 교류 확대가 한-아세안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다방면에서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국과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발표한 신남방정책과 같은 선상의 목표다.

림 사무총장은 “사람 대 사람(People-to-people)의 교류는 한-아세안 관계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라며 ‘학술 교류 프로그램’ ‘미래 지도자 프로그램’ 등 교육 분야와 청년들 사이의 교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최근 아세안 역내 대학에 한국에서 박사 과정 연구를 할 수 있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신설했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기관을 보유했음을 고려할 때 아세안의 인적 자원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여행 관광 분야를 신남방정책에서 효과적으로 주목할 만한 분야로 지목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불과 2년 사이에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으로의 여행객은 221만 명에서 265만 명으로 9%가 성장했다. 한국에서 아세안 국가로의 여행은 642만 명에서 988만 명으로 무려 24%가 늘어났다. 그는 “여행 관광 분야는 서로의 문화와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사람들의 수입과도 직결돼있다”며 “한-아세안이 문화의 다양성과 각국의 전통 가치를 살린 보다 혁신적인 ‘테마 투어리즘 패키지’를 개발해 서로간의 협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음식, 춤, K-뷰티와 같은 ‘한류’는 이미 아세안 국가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마찬가지로 아세안의 문화적 풍부함과 다양성 역시 한국에서 인기를 끌 여지가 충분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아세안 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함께 얼마나 많을 일을 할 수 있는지 말하고 싶다”며 “불법 마약 밀수나 사이버 범죄와 같은 치안 문제에서부터 기후 변화 대응, 환경보호 같은 지역 내 번영과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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