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주역 아들 日외상에… 첫마디는 “위안부 합의 이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3시 00분


아베, 각료 14명 교체 대폭 개각

지지율 추락으로 최대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오후 개각 및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각료의 재등용으로 정권 안정을 기하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인물도 기용해 쇄신 이미지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각료 19명 가운데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5명은 유임돼 아베 정권의 골격을 유지했다. 이 밖에 각료 경험자가 8명이나 되고 첫 입각자는 6명에 불과했다. 여성 각료는 2명이다.

신임 외상에는 군 위안부 관련 일본군과 정부의 관여를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인 고노 다로(河野太郞·54) 전 행정개혁담당상이 기용됐다. 그는 대중적 인지도도 높아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 꼽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그는 과거에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총리가 참배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등 자민당 내에서 비둘기파 정치인으로 통해 왔다. 그러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꾸준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말해 막힌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관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총무상으로 입각한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2015년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 맞서 출마를 검토하는 등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둬온 정치인이다. 아베 총리는 노다 총무상 발탁을 통해 그간의 ‘친구내각’이란 꼬리표 대신 ‘거당내각’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자위대 문서 은폐 논란 속에 물러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후임에는 ‘적기지 공격력 강화’를 주장해온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이 재등판했다.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주무부처로 주목받아 온 문부과학상에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전 농림수산상이 임명됐다. 그는 2013년 농림수산상 재직 시 야스쿠니신사의 하계 제사에 참의원 의원 명의로 등(燈)을 봉납했던 인물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뤄진 당 인사에서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유임됐다. 이런 가운데 당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상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상을 유임시키려 했지만, 기시다 외상이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아베 정권을 지원하겠다”며 당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향을 보이자 이를 수용했다. 그는 2차 아베 내각 발족 이래 4년 8개월간 외상을 맡아 왔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개각에서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선거 전략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기시다와 함께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의식해 기시다를 주요 당직에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란 것. 실제 이번 개각에서 아베 총리는 기시다파 소속 의원을 4명이나 기용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평소 “이시바와 일대일 구도는 피하고 싶다”고 주위에 흘려온 아베 총리는 내년 총재 선거에서 ‘아베, 기시다, 이시바’ 3명 구도를 만든 뒤 보수색이 강한 자신과 비둘기파 기시다가 힘을 합치면 이시바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NHK에 출연해 “결과 본위의 일하는 내각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개각이 돌아선 이반된 민심을 다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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