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99주년]서울시-서울대 연구팀 美서 발굴
1944년 中서 촬영된 19초 분량
연합군 “日, 조선인 30명 총살”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가 숨진 채 버려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일본군이 한국인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과 기록은 있었지만 학살 직후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사회학과) 연구팀은 27일 1944년 9월 중국 윈난(雲南)성 텅충(騰沖)에서 일본군에게 학살된 다수의 위안부 시신이 담긴 영상을 발굴해 공개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 콘퍼런스’에서다.
공개된 흑백영상은 19초 분량이다. 마른 나뭇가지 등이 깔린 흙구덩이에 옷이 벗겨진 여성 시신 6구가 뒤엉켜 있다. 수습하러 온 듯한 중국군 병사는 시신에서 양말로 보이는 옷가지를 벗기고 잠시 뒤돌아서기도 한다. 시신 일부는 불에 그슬렸다.
이 영상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색이 짙어 가던 1944년 9월 15일 텅충성(城) 근처에서 미중 연합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 소속 볼드윈 병장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촬영 전날인 14일 연합군은 텅충을 함락했다.
연구팀은 이날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라고 기록된 연합군 작전일지도 공개했다. 인권센터 강성현 교수는 “여기서 ‘한국 여성(Korean girls)’은 문서 곳곳에서 언급된 맥락상 위안부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자료 조사를 하다 이 영상을 발굴했다.
다만 강 교수는 “199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공개돼 ‘일본군의 한국인 위안부 학살’로 알려진 사진과 이번 영상이 똑같다고 단언할 순 없다”면서도 “시체나 중국군 옷차림 등으로 미뤄 같은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 행동자료’의 고바야시 히사토모 씨는 “(이 영상자료를) 일본 정부가 인정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 간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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