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6일 여야는 앞다퉈 YS의 유훈인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 보인다. 여야 간 ‘입법 전쟁’에 앞서 당내 내홍 정리부터가 그렇다. YS 서거 정국으로 당내 갈등이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영결식이 끝난 만큼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선거구 획정부터 공천 룰 정리, 당내 경선 관리까지 여야 모두 첩첩산중이다. 갈등 관리에 성공하는 쪽이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게임 규칙’조차 정하지 못한 새누리당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은 26일 의원총회에서 20여 분간 동료 의원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 대 1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경북 등에서 농어촌 지역구가 크게 줄어드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무관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천 룰을 빨리 정리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1, 2%포인트 득표율 차로 당락이 바뀌는 수도권에서 게임 규칙조차 없이 당내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의원들마다 불확실한 선거구와 공천 룰 때문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은근히 ‘깜깜이 선거’를 즐긴다. 현역 의원들과 달리 정치 신인들과 원외 인사들은 선거 룰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손발이 다 묶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공천 룰 논의기구를 이끌 위원장 인선부터가 난제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줄다리기 속에 논의기구는 두 달째 표류하고 있다.
1차 난관을 뚫고 논의기구가 출범하면 △당원과 일반국민 경선 참여 비율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우선추천지역 대상 등을 두고 2차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당원과 일반국민 경선 참여 비율을 현행 당헌대로 5 대 5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박계는 일반국민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결선투표제를 두고도 친박계는 찬성, 비박계는 반대 의견이 많다.
○ ‘문-안-박’ 연대 놓고 갈등 증폭되는 새정치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용 지도부 구성이 내홍의 핵이다. 호남 의원들과 친노(친노무현) 성향 초·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체제를 놓고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에 대해 호남 의원들은 반대 성명을, 초·재선 의원들은 찬성 성명을 27일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호남 의원 23명(전체 27명)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 모였다. 이들 중 김성곤 강기정 의원은 3자 연대에 찬성 의견을 냈지만 대다수 의원은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3인 체제에 안 의원이 부정적이라는 얘기가 많지 않느냐. 설령 된다 한들 정상적으로 운영되겠느냐는 비관론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일부 의원은 현역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평가 작업의 부당성을 거론하며 문 대표를 성토했다.
이 자리를 주최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안-박 구상을 사전 협의하지 않은 데 대해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한마디로 (영남 출신들인) 문-안-박에 호남은 없고 이제는 (호남에 대한) 립서비스마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탈당 의지를 내비친 의원도 있다고 한다.
반면 친노 성향 의원으로 구성된 ‘더좋은미래’를 중심으로 초·재선 의원 50여 명은 27일 안 의원에게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다. 안 의원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표의 제안에 답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안-박 연대 차원을 뛰어넘어 역제안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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