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당 창당’이나 ‘신당 합류’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음 행선지를 ‘신당’으로 좁히지 않고 ‘무소속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민심을 듣고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창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 규합에 심사숙고하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회견 뒤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의 ‘3·3·3전략’
정치권은 안 의원이 정치 지형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성향의 안철수 신당과 ‘진보’ 성향의 새정치연합,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등 삼각 구도로 바꾼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3년 말 독자 신당을 추진할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아우를 정도로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과의 합당 때도 ‘진보-보수 통합’ 노선을 천명했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행보도 비슷한 노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인사와 새정치연합 중도 성향 의원, 신진 인사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만들어 신당의 가치, 총선 전략 등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후 중도 보수 진보의 삼각 구도를 구축하고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신당을 출범시켜 내년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노리는 ‘3·3·3전략’을 세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순차적 탈당 이뤄질 듯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김한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게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좋은 소식을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탈당을 아쉬워했다.
후속 탈당의 규모가 관심이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15일 선도 탈당을 예고했고 호남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도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13일 저녁 문 의원 등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비주류 진영의 좌장인 김한길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원계가 탈당에 합류할 경우 후속 탈당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계, 손학규계 의원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동반 탈당할 현역 의원은 김영록 노웅래 유성엽 이윤석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최재천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호남 또는 비주류 의원 일부는 바로 탈당하고 싶겠지만 안 의원 측에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어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탈당 명분을 계속 쌓으며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 행동’도 당분간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탈당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安, 호남에서 깃발 들 듯
안 의원은 전날 밤부터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지인은 “안 의원이 ‘문 대표는 당 대표 프리미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 벗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문 대표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만큼 결국 탈당밖에 길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 광주를 먼저 방문할 계획이다.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준 호남에서 재기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자칫 ‘호남당’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안 의원이 시차를 두고 신당을 고민하는 이유다.
안 의원 측 인사들은 14일부터 탈당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김제-부안 출마를 노리는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박인복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경기 고양 덕양을 출마를 준비 중인 이태규 ‘내일’ 부소장이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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