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빠질 정도로 지친다”면서도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이 문구는 프랑스 파리시청의 문양에 새겨진 라틴어 ‘Fluctuat nec mergitur(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에서 나온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라는 거대한 암초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호’가 마주할 파도는 생각보다 높고 거세다.
○ 문 대표, 安의 ‘혁신전대’ 수용 거부 논란
이날 한 당직자는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전까지 문 대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했다”고 전했다. ‘모든 수단’의 마지막은 전대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오늘 오전 박병석 의원을 만나 문 대표가 ‘혁신전대가 됐든, 통합전대가 됐든, 혁신안 추인 전대가 됐든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고 전달했다”며 “그러나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수용하라’고 해 접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탈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문 대표가 “전대는 분열”이라는 기존의 태도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혁신전대 수용”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충돌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싸우지 않는 전당대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문 대표, 친노 청산으로 혁신 드라이브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핵심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으로 정면돌파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안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되 혁신의 성과물로 국민에게 심판받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의 최대 지지 기반이자 아킬레스건은 ‘친노(친노무현)’다. 안 의원 측과 비주류는 “문 대표가 결국 친노를 쳐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약점을 차단하겠다는 게 문 대표의 1차 목표다.
이를 위해 문 대표와 가까운 원외 인사들이 일부 친노 의원에게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친노 의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라면서도 “이들이 불출마를 택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의해 공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혁신 드라이브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문 대표 측은 안 의원과도 ‘혁신’을 통해 경쟁할 계획이다. 14일 중앙위원회도 예정대로 열어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을 당헌에 반영하는 것을 최고위원회에 위임하도록 의결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와 외부 인사 영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혁신을 말로 이야기하는 쪽과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에 옮기는 쪽, 이 두 세력 중 국민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지켜보면 될 일”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연쇄 탈당? 현실화 어려울 것”
‘탈당 도미노’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문 대표 측은 “대규모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당 관계자는 “의원 개개인이 제출해야 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다면 평가에 거의 모든 의원이 참여했다”며 “탈당을 진짜 생각한다면 평가에 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문 대표가 ‘마이웨이’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안 의원의 탈당으로 비주류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판단도 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갖춘 대권 후보인 안 의원이 탈당해 비주류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고 했다. 여기에 문 대표 측 일각에서는 “평가위 결과 전면 공개”라는 강경론도 나온다. “평가가 하위권이라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니 탈당하는 것”이라고 압박해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이날 긴급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은 “당의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문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비주류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도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14, 15일 이틀 동안 공식 일정 없이 정국 운영 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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