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13일 새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난 안 의원에게서 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 단일화 국면 당시 문 대표가 자신이 집에 없는 사실을 알고도 ‘문전박대’당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 안 의원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날도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는데도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방문한 건 3년 전의 ‘데자뷔’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2012년 대선 후보 자리를 문 대표에게 각각 ‘양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좌절되면서 ‘철수정치(밀리기만 한다는 의미)’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기초선거 공천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직을 다투던 안 의원과 문 대표의 악연은 3년 3개월이나 이어졌다. 안 의원은 그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실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11월 23일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문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안 의원이 너무 늦게 합류했다”고 날을 세우자 안 의원은 상당히 격앙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8월 박영선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대선 단일화 협상 당시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일부 사람만 알았다”며 “내가 한마디만 더 하면 큰일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지난해 당 대표직을 그만둔 과정에서도 친문 진영의 집요한 흔들기가 작용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문 대표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 혁신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문재인 아래 안철수’라는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사석에서 “문 대표의 권력 의지가 더 강해지고 있어 자신의 대표직을 내놓을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의원이 (합당 후) 1년 9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아니냐”며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안 의원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