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진공’ 분열 야당… 국정까지 발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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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야당 어디로]<上>끝없는 계파갈등
‘초선’ 문재인-안철수 리더십 한계… 친노 패권 논란 극복 못하고 내분
경제-노동법안 등 현안 처리 난망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당 안팎에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에 리더십 부재까지 겹쳐 빚어낸 ‘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의 문제는 당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정 운영 전반에 부작용을 미치기 때문이다. 야당이 흔들리면 여당이 방심하고,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게 된다. 야당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안 의원 탈당을 계기로 ‘위기의 야당 어디로’ 긴급 진단을 시작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의 세력 분포는 일찌감치 분열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당의 두 축은 호남권 세력과 함께 친노 세력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당을 곳곳에서 갈라지게 만들었다.

두 세력 갈등의 뿌리는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 김대중(DJ) 정부의 대북송금특검법을 수용한 것이 불을 지폈다. 이어 친노 인사들은 호남권 세력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전선은 확대됐다. 이른바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깃발을 든 것이다. 친노 인사들이 집중 포진한 청와대와 호남권 세력이 주축인 여당은 항상 으르렁거리고 싸웠다. 당시 노 대통령은 “왜 여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말에 여당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집단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을 허물었다. 당시 여권의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한 배경도 친노와 호남세력의 불화에서 기인한 바 크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딛고 있는 당의 기반도 비슷했다. 문 대표는 “더이상 친노는 없다”고 선언하지만 당 운영의 곳곳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친노-호남 ‘애정없는 동거’… 文, 통합의 리더십 못 보여줘 ▼

지난해 6·4 지방선거 이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중도 사퇴한 것을 놓고 비노 진영은 “친노 진영이 집요하게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운다.

10·28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는 사퇴 거부로 맞섰다. 사퇴 요구를 일축한 문 대표는 ‘하위 20% 물갈이’ 혁신 카드를 내걸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힘들더라도 이번에는 각자 가치와 정체성을 토대로 국민에게 심판받아야 한다는 정면 돌파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도 비주류 진영에선 ‘친노, 그들만의 드라이브’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당의 근거지인 호남권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고, 안 의원이 호남을 방문하며 탈당 결심을 굳힌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당 내홍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은 끝내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안 의원을 상대로 한 설득 노력은 한계를 보였다. 대표직 사퇴는 절대 없다고 선을 그어 놓았으니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초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번 새정치연합의 분열이 두 초선이 빚어낸 참사라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당 내부의 이해관계조차 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리더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선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대혼란은 국정 운영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문 대표와 비노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최고위원회 불참 여부를 놓고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집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여야 협상은 기약하기 힘들어진다. 당장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5일이 기한인 선거구획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상태로 연말이 지나면 선거구 모두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 임시국회 안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법의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야당의 분열을 단순히 집안싸움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탈당#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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