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길진균]‘홀로서기’ 진짜 시험대에 선 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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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정치부
길진균·정치부
1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안철수 의원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의 회견문 맨 앞줄에 적힌 제목은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였다. 그의 모습은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달랐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안 의원은 자신이 말한 대로 ‘혈혈단신’이 됐다. ‘광야’에서 정치세력을 모으고 지지자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엔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정치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전직 당 대표다. 급(級)이 달라지면서 신선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 가까이 독자적인 중도신당 창당을 준비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박호근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많은 인사가 함께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진영 정치를 깨고 ‘새정치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안 의원이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하면서 그의 멘토 대부분은 안 의원과 멀어졌다.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 지 불과 2주도 채 안 된 시점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적지 않은 지지자들도 안 의원에게 등을 돌렸다.

안 의원과 함께했던 인사들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시 안 의원과 함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예전에는 안 의원이 새정치의 상징이었고, 바람이었다면 지금은 한 명의 정치인”이라며 “안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왜 다시 뭉쳐야 하는지’ 설명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난해와 같은 국민의 기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무조건 날 믿고 따르라”는 식의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새정치’ 깃발을 들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합당 과정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설익은 결정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해야 한다. 이 소통 과정을 통해 안 의원은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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