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론관 복도를 걸으며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하진 않을까 기대했다. 결국 ‘내 운명’이라 생각하며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꺼내 읽었다.”
안철수 의원은 15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틀 전 탈당 기자회견 당시 심경을 이같이 전했다. 안 의원은 “당에서는 시원섭섭하다고 하겠지만 나는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날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티타임에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새정치연합 당명을 만들었을 때 생각이 좀 달라도 (‘연합’이라는 단어에) 목적이 다른 사람과 손잡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새누리당이라고 배척한다.”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자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지적한 문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안 의원은 “합리적 개혁적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의 편에 선 사람이면 곤란하다”며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 수구 보수가 아니라면 어떤 사람과도 함께 손잡고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합리적 보수 세력이라면 손을 잡겠다는 중도 신당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야당 내에서도 사법처리를 받거나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의원은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정을 올바르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조건 세 불리기식이 아니라 ‘공정성장론’ ‘낡은 정치 청산’ 등 자신의 브랜드를 구체화하면서 선별적인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은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와의 연대에 대해 “아직 구상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늦어도 내년 2월 초까지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내년 2월 15일 이전까지 신당을 창당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의원 20명)에 성공하면 4월 총선까지 선거보조금 70억 원 등 최대 87억90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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