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나오자 “이건 뭐지?”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대선주자 지지율도 15% 선을 넘기 시작했다. 저만치 앞서 달리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한다.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 안 의원에게 ‘안철수 현상 2.0’은 가능할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까.
○ 파촉(巴蜀)은 비어 있었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0%를 육박한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2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안 의원의 탈당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安 신당’의 지지율은 기존 야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끌어온 거라는 얘기다.
새로운 지지층의 주력은 2012년 안 의원을 지지했다가 2012년 대선후보 사퇴, 지난해 민주당과의 통합 등으로 이탈했던 사람들이 돌아온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중도’로 불리기도 하고, 야당을 지지하지만 문 대표를 좋아할 수 없는 ‘무당층’이면서, 새누리당을 마지못해 지지하는 ‘비판적 보수’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안 의원이 깃발을 다시 들자 그를 외면했던 이들이 일부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안 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다모아’ 정치전략실장은 25일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제시한 파촉(유비의 근거지)이 비어 있었던 것처럼, 한때 안 의원을 지지했다가 그 지지를 보류했던 층의 마음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은 채 비어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 호남 ‘반문(反문재인)’ 바람은 북상하나
그러나 안 의원이 탈당과 신당 창당의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호남 민심이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탈당 전 “호남 민심의 3분의 2만 넘어오면 (탈당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광주 현역들의 잇단 탈당과 탈당 예고가 수도권 호남층을 흔들고 있다. 수도권 호남 유권자는 대략 20∼30%를 차지한다. 호남 민심의 변화는 ‘친노(친노무현) 후보가 호남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다’는 정치공학적 도그마를 떨쳐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실체가 있든 없든 안철수 바람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양당 독과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력이냐, 사람이냐의 딜레마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도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수도권은 더 흔들릴 수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A 의원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추이를 보다가 안철수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건은 김한길 의원 등 새정치연합 내 수도권 의원들의 결합이다. 안 의원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새 정치의 깃발에 걸맞은 ‘사람의 확장’을 보여줘야 한다. 탈당파를 모두 흡수해 세력만 키우는 게 과연 새 정치냐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강철수’로 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목표에 대한 자기 확신이 분명해졌고 헤어스타일도 달라졌고 돈 씀씀이도 호방해졌다는 거다. 마포역 근처 당사 마련에도 사비 2억5000만 원을 선뜻 냈다. 하지만 정계 입문 후 잇단 ‘철수(撤收) 정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35%를 상회했던 대선 때 지지율은커녕 현재의 지지율도 곧 소멸될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지, ‘정치인’ 안철수의 마지막 승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한편 안 의원은 27일 ‘탈(脫)이념, 민생주의, 양당 구조 타파’ 관련 신당 정책기조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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