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발표한 날 영입인사 취소 얼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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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의 명칭이 8일 ‘국민의당’으로 확정됐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10일 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영입 인사 중 일부 검증 부실로 안 의원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신당에 대한 공세도 본격 시작됐다.

○ 당명 발표 날, 영입 인사 취소 소동

신당 창당 실무준비단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첫 창당 준비점검회의를 열고 당명을 확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을 위해 발표는 오후 6시로 미뤘다. 안 의원은 회의에서 “부정부패에 단호할 것”이라며 “부정부패에 누구보다 (신당이) 모범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허언(虛言)’이 됐다.

오후 3시 반. 한 교수는 당사에서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이승호 예비역 준장 등 호남 출신 인사 5명의 영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3명의 과거 전력이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한 전 검사장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다. 비록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당에선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김 전 장관은 이른바 ‘북풍(北風) 사건’과 관련해 2004년 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허 전 장관은 2003년 말 한 공기업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력이 있다.

결국 안 의원은 오후 6시 15분 당명 발표에 앞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의욕이 앞서다 보니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의 합류를 공식적으로 취소한다”고 말했다.

당명에 대해선 1971년 창당됐던 국민당, 원외 정당인 한국국민당과 유사해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체로 보수당이 쓰는 이름”이라며 “보수를 지향하는 건지 헷갈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최재성 “신당, 호남팔이” “호남 인적 혁신 필요”

더민주당은 그동안의 기조에서 벗어나 신당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당 실버위원회 오찬에서 신당을 향해 “탈당 의원을 받아 교섭단체를 만들면서 새정치·혁신을 한다는 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라며 “자기주장과 이해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뛰쳐나가 호남의 틈새를 가지고 ‘호남팔이’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맹공했다. 이어 탈당 의원들을 겨냥해 “탈당한 분들이 역사의식과 정치의식이 뛰어난 호남 민심을 대변하고 끌고 갈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며 “호남 국회의원 가운데 호남 유권자에게 박수 받고 중앙정치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들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호남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선 최 의원 발언을 안 의원과 신당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그간 통합과 연대를 의식해 안 의원과 신당에 대한 비판을 가급적 자제했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탈당 러시는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날 김영환 의원(4선·경기 안산 상록을)이 탈당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초선·전북 군산) 등 탈당을 검토 중인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안철수#국민의당#영입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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