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본격적인 ‘보수 적자(嫡子)’ 전쟁에 돌입했다. 범(汎)보수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두 사람에게 이번 주는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는 2일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을 겨냥해 ‘보수 분열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탄핵 때문에 분당(分黨)이 됐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분당의 구실이 없다”며 “어린애도 아니고 응석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을 ‘가출’에 비유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진영의 일부 분열에 대한 책임을 그분들(바른정당)이 지게 되니까 이제는 돌아오라”고 주장했다.
당초 ‘우파 대통합’을 강조했던 홍 지사가 ‘바른정당 흡수론’을 내세우는 데는 보수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당과 후보 지지율 모두에서 다소 앞서고 있는 만큼 바른정당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전날 경선 후보 및 당 지도부 만찬에서도 참석자들은 “한국당이 보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홍 지사는 “앞으로 바른정당과 단일화 얘기를 안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당분간 보수층 결집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홍 지사는 김진태 의원에게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잘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선거대책위 첫 발대식도 4일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반면 유 의원은 ‘한국당 해체론’으로 맞불을 놨다. 이날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4·12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 유세 뒤 “한국당이 빨리 해체돼 그 후보는 그만두고 바른정당에 올 분은 오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당은 지금 변한 게 하나도 없다. 후보도 자격이 없는, 굉장히 부끄러운 후보를 뽑았다”며 홍 지사에게는 ‘성완종 게이트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는 점을 거듭 문제 삼았다.
3일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문시장에는 유 의원과 함께 김무성 선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 의원들이 총출동해 ‘배신자 프레임’ 정면 돌파를 시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북 의성군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잘못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 사람이 충신이냐, 잘못한다고 바른 소리한 사람이 충신이냐”며 “국민에게 충신은 유승민”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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