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열린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 5명의 후보는 주요 공약은 물론이고 네거티브까지 총동원해 불꽃 공방을 펼쳤다. 특히 이날은 과거 한 지붕 아래 있었던 후보들 간의 난타전이 이목을 끌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함께 있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인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격하게 맞붙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고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보수 적통’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도덕성을 집중 겨냥해 강하게 비판했다. 》
대선 양강 구도에 갇혀 지지율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13일 TV토론에서 원색적인 표현을 섞어가며 설전을 벌였다. 보수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대선 결과에 따라 누가 ‘보수 적통’인지 가늠할 수 있는 보수 진영 내부의 복잡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포문은 홍 후보가 열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를 겨냥해 “유 후보의 공약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하고 비슷해 깜짝 놀랐는데 (유 후보가) 우파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유 후보가 정책적 배신을 하고 ‘강남좌파’가 됐다고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후보가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공약팀장을 맡았을 때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 공약을 내놨으면서 이번 대선에선 개혁적인 경제 공약들을 쏟아내며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그러자 유 후보는 발끈하며 “홍 후보가 ‘극우수구’라는 주장에 동의 안 하는 것처럼 내가 강남좌파라는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줄푸세는 내가 한 공약이 아니다. 나는 당시에도 세금 줄이는 공약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 후보는 “누구보다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홍 후보는 재벌과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 등 낡은 보수가 하던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그런 정책으로는 보수가 앞으로 설 땅이 없다”고 받아쳤다.
이번에는 유 후보가 역공에 나섰다. 그는 “홍 후보가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겠다’고 했는데 국민들은 ‘홍 후보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가 최근 “내가 집권하면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 새로 시작하겠다”며 적폐청산을 언급한 것을 겨냥해 ‘홍 후보도 청산 대상’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나는 세탁기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세탁기에 갔다 왔다는데 고장 난 세탁기 아니냐”며 “경남도지사 하면서 피의자로 재판 받으러 다녔으면 경남도민에게 석고사죄하고 사퇴해야 할 분이 ‘꼼수사퇴’해서 도민의 참정권까지 가로막는 건 너무 파렴치하다.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토론이 끝날 무렵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유 후보와 바른정당에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거론하며 유 후보를 향해 “정책적, 인간적, 정치적 배신을 했다. 배신자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공격했다. 유 후보는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다고 판단했다”며 “스스로 모래시계 검사라고 말하는 홍 후보가 나를 진짜 배신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토론 직후 홍 후보는 “할 말 하고 왔다. 이제 맹렬하게 숨은 민심을 위해 갈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유 후보는 “불법 정치자금 뇌물사건으로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는 홍 후보가 ‘세탁기’ 운운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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