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나태준]대선, 정책공약으로 승부가 나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대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번 정책공약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조변석개(朝變夕改)다. 한국정책학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원으로 유력 후보자들에게 정책공약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는데, 그 과정에서 며칠 전까지도 없던 공약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선거는 생물이어서 급변하는 과정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대통령 후보를 배출하는 정당에서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공약을 변경해서는 곤란하다. 국정 운영 전반에 걸친 후보들의 고민과 준비가 미흡해 정책 완성도가 떨어진다.

조변석개에 급조된 공약들

둘째, 재원 조달 방안 등 공약의 현실성과 구체성이 상당히 낮다. 소요예산에 대한 비용추계의 체계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공약의 많은 부분을 제대로 실현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앙선관위에서도 후보자들이 공약과 함께 구체적 비용추계를 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밋빛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셋째, 후보 간 공약의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한 후보가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면 다른 후보들도 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엇비슷하게 내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즉, 학습에 의한 동조가 일어난다. 이상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데, 비용추계가 없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공약이 가능하고, 다른 후보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새로운 공약으로 갈아타게 되는 것이다.

후보별 공약의 특징을 보면, 청와대에서의 국정 경험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안정적 망라형이다. 적폐청산, 부패개혁 등 정치개혁 색채도 있지만 청년, 여성, 어르신 등 대상자별 정책을 갖추어 골고루 득표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공약인 공공부문 81만 개의 일자리 창출은, 실현된다 해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적폐청산의 개념과 수준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서는 안보 위기 상황을 득표로 연결하려는 보수적 색채가 물씬 풍긴다. 해병특수전사령부 설치를 통한 4군 체제 개편 공약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정부보다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현 정권 정책 기조에 가장 가까운 정책계승형이라는 점에서 개혁적 성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강안보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일자리 창출을 가장 우선시하는 문 후보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문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안보이슈를 파고 들려는 전략으로 비친다. 교육부 폐지, 여성가족부 개편, 창업 중소기업, 환경에너지부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 등 안 후보가 평소 강조한 분야가 고스란히 조직개편 공약으로 반영되고 있지만, 정책기능 조정 없는 구조개편은 실효성이 약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익성과 실현가능성 중요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실제로 혁신성향이 강한데, 바로 이 점이 유 후보의 정치적 색채를 흐리게 하고 있어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볼 수 있다. 육아휴직 3년법, 칼퇴근법, 가정양육수당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등 노동·복지공약을 앞세우고 있지만, 재원 조달 등 이행방안의 구체성은 미흡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급진개혁형이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사법정의, 조세개혁, 부자증세, 사드 배치 철회 등을 강조하고 있다. 강렬한 단어 선택과 분명한 선긋기로 소수의 열렬한 지지층에는 어필할 수 있으나, 일반 대중의 표심을 잡기에는 공약의 내용이 편협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눈여겨봐야 한다. 후보의 공약이 국가 전체에 득이 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당장은 나에게 이익이 되어 보여도,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갈 장밋빛 공약을 믿어서는 안 된다.

관건은 유권자의 꼼꼼한 눈


되지도 않을 그럴싸한 공약에 현혹돼 투표한 책임은 결국 유권자가 져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공약은 좋지만, 그것이 분노와 복수심에서 비롯되거나,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런 공약은 실현되기 어려워 오히려 빈 공약만 믿고 표를 찍은 유권자의 공분을 사는 선거후폭풍 가능성이 크다.

선거 전반전, 후보자의 정치적 이미지는 투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정책공약이 될 것이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결과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정책학회 19대 대선후보자 정책공약평가단장
#대선 후보 정책공약#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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