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연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임명 연기 제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위해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야당은 “꼼수”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정국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 (임명까지)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추경과 정부조직법 등 현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와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 밤 회동에서 이런 내용을 먼저 논의했다.
청와대가 임명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추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최대의 국정 과제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위해서는 추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야당이 추경 처리에만 합의한다면 두 후보자 중 한 명의 지명 철회까지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회동도 가질 수 있다는 태세다.
하지만 이날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더 높였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두 사람 다 절대 부적격자이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도 선택적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게 당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지명 철회가 아니라 임명 연기론을 흘렸는데 또 하나의 꼼수”라고 반발했다.
야당의 반발에 청와대는 전 수석이 직접 여론전에 나섰다. 전 수석은 “추가적인 여야 협상 시간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꼼수라고 공격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라며 “‘착한 추경’마저도 논의하지 않고 정파적 이해관계 충돌 소재로 전락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후보자의 임명을 최소 2, 3일 정도 미루고 여야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연기 카드로 협상의 여지가 생겼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거친 발언 파문도 가라앉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정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연이어 만난 우 원내대표는 이 기간 야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끝내 불발된다면 청와대는 송, 조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의 대치가 장기화하느냐는 이번 주말께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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