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2野 “국정과제 37개 반대”… 입법-예산확보 험로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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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대 과제’ 검토 의견서 입수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추진할 ‘100대 국정과제’에 담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의 핵심 방안 중 하나다. 정부는 공단을 세워 17개 시도에서 직영으로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등을 운영하며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회서비스 부문 공공 일자리 34만 개를 직접 창출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구상의 법적 근거가 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수용 불가’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민간 복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우려했고, 바른정당은 “공공부문 비대화를 초래할 악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까지 반대하면 사실상 공단 설립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동아일보는 1일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검토 의견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보수 야당이 ‘반대’ 의견을 낸 과제는 100개 중 37개다. ‘신중 검토’나 정책이 구체화된 뒤 의견 표명을 하려는 ‘보류’를 포함하면 절반 가까운 과제가 앞으로 입법 과정이나 예산 반영 과정에서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 “공공부문 비대화” 반대


보수 야당은 2019년부터 ‘공영형 사립대·전문대’를 육성하겠다는 과제에 반대를 표명했다. 정부는 공영형 사립대·전문대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대신 공익이사를 파견해 공공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바른정당은 “부실 사립대에 대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는 과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한국당은 “추가 인건비는 결국 국민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대안으로 “급격한 정규직화보다는 비정규직 고용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보다 신중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국선 변호인과 별도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취약 피의자를 지원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에는 한국당이 반대했다. “연간 5000억∼1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명의 임금을 국고로 지원하는 과제에는 두 보수 야당 모두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 강화” 반대

보수 야당이 기울어진 진보-보수의 운동장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방침을 정한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시민사회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시민사회를 지원할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시민사회를 관치화할 우려가 있다”며 ‘수용 불가’ 의견을 냈다. 공익법인 감시를 위해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민간에 대한 중립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참여 보장이나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 “교육 현장을 정치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당은 “교장공모제 확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원들의 독점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지하고 자유발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해 바른정당은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를 모두 제시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과제에 대해선 한국당이 “또 다른 방송 장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구성하는 내용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바른정당은 중재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 외교안보 과제 16개 중 7개 반대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 16개 중에서는 7개에 대해 보수 야당이 반대 의견을 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전제로 한 남북기본협정 체결이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핵화 진전을 가정한 평화체제 협상 추진 등은 전반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바른정당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정부의 유화적 입장 수립으로 국제적 제재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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