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 18명과 핵심 당직자 등이 모였다.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6선의 김무성 의원이 중국술 백주를 일일이 따른 뒤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금품 수수의혹으로 7일 물러난 이혜훈 전 대표의 공백을 4선의 유승민 의원이 메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99%가 유 의원이 독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두문불출하다가 만찬장에서 기자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각오가 되어 있다. 아침에 페이스북에 글을 썼고, 그게 제 생각”이라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앞서 유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는 글을 남겼다. 유 의원은 이 글에서 “허허벌판에 나와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 보자고 했던 우리가 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즉생!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한다면 못 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줄 때까지 몇 년이고 일관성 있는 노력을 끈질기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합당론이 나오는 시점에서 유 의원은 다시 한 번 자강론을 강조한 것이다.
만찬 도중 보수통합론을 강조해온 김 의원과 자강론자인 유 의원이 갑자기 뽀뽀를 했고, 의원들의 당내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며 최고위원들이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찍었다. 김 의원은 최근 104일 동안 술을 끊었다가 이날 105일 만에 다시 술을 마셨다. 이날 만찬에는 이 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20명 중 18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당의 미래와 내년 지방선거 등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한 참석자는 만찬 뒤 “굉장히 생산적이었다. 결국은 유승민 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만찬이 끝난 뒤 “나는 거론되는 당사자니까 우리 당원들도 의견이 있으니까 기다려볼게. 당에서 결론을 내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바른정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 13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거쳐 비대위 체제 가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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