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파가 자유한국당과의 재결합에 대한 결심을 굳히면서 바른정당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른정당 창당 주역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는 자강파 설득에 실패할 경우 이달 말 집단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물살을 타는 보수 통합 움직임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연정(聯政)론까지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 국민의당-민주당 연정설, 통합설까지
국민의당은 정계개편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바른정당이 분당되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구심점으로 작동하면서 ‘제3지대’인 국민의당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2일 “한국당이 아직도 여왕 박근혜의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골수 친박(친박근혜)과 동고동락하면서 바른정당과 통합 운운하는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통합 움직임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론도 불거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는 나의 불행이 당신의 행복으로 가지 않는다”며 “당신이 깨지면 우리도 깨진다, 우리가 통합되면 당신도 통합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이) 고민스럽다”며 “모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이 되면 민주당은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만큼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연정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안철수 대표와 중진 만찬에서도 논의됐지만, 여권의 공식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 등에서 협치를 잘하자는 얘기일 뿐 연정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연정론이나 통합론에 대해 “그건 옛날 이념정당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며 “그 논리는 우리 당을 왜 만들었는지에 완전히 반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10일 당 중진 만찬에 이어 이날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집안 단속’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이 조찬 연석회의를 열고 노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바른정당 분당, 관심은 탈당 규모
김무성 의원과 김영우, 김용태, 황영철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11일 모임을 갖고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위한 집단행동 결행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바른정당 11·13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일인 26일까지 자강파의 ‘수장’인 유승민 의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김무성 의원은 12일 “(자강파 설득이 안 되면) 당 대 당 통합에 준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을 무력화할 만한 집단 탈당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유 의원의 입장도 강경하다. 전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희망도 없는 한국당과 합당하지 않겠다”며 “국민의당의 보수정치인이든, 한국당의 건전보수든 정치 노선과 가치를 중심으로 할 때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 등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이후 바른정당이 주축이 된 중도보수세력 통합을 노리고 있다.
이제 관심은 탈당 규모에 모아지고 있다. 통합파와 긴밀히 접촉하는 한 한국당 의원은 “다음 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의결이 이뤄지면 9명 정도가 탈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107석)에 15명이 합류하면 민주당이 1당인 현재 의회권력의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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