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주호영-정운천과 연쇄 회동…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합리적 중도 결집 ‘천하3분지계’… 박지원 “黨전열 흩뜨리면 안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정운천 최고위원을 잇따라 만나 양당 간 연대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안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3지대에 대한, 제3의 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 이제는 다당제가 꼭 유지돼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의중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연정 논의보다는 제4당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에 실려 있다.

당내에서는 이를 ‘천하3분지계(天下三分之計)’라 부르고 있다. 천하3분지계는 삼국지에서 유비의 책사 제갈량이 위나라 조조가 강북, 오나라 손권은 강남에서 형세를 이루고 있으니 유비는 서쪽의 형주와 익주를 기반으로 한 촉나라로 패업을 이루자고 제안한 데서 나온 말이다. 현 정세에 대입하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양극단 거대 정당으로 놓고, 합리적 중도세력을 결집해 지지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에서 한결 자유로워지고, 안 대표의 지지층을 넓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또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시너지가 난다는 국민의당 내부 여론조사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안 대표는 또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 차원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이 요구하는 어떤 길이라도 가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진행 중인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와 무관치 않고,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현재 야권에선 수도권에서 여당에 맞서 바른정당, 국민의당과의 선거연대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안 대표는 주 권한대행과 비공개로 만나 양당 간 연대나 협력 방안을 타진하는 등 바른정당 의원을 잇달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추석 연휴 전에 바른정당 정운천 최고위원과도 만났다. 정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중도성향 의원들의 정책연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안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최근에도 추가 회동 일정을 잡았다가 메시지 조율이 끝나 안 대표의 측근 의원이 정 최고위원을 대신 만났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안 대표와 제3당의 길이나 중도 확대 등에서 얘기가 서로 통했다”며 “표현은 달랐지만 실사구시 정당으로 가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바른정당 주 권한대행을 찾아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 논의를 당내에서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 권한대행은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다수가 통합을 원한다’고 했다”며 “당 원내대표가 합당 논의를 의논해 달라 하니 무게감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소속 의원 40명 중 30명 이상이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른정당 의원 대다수가 국정감사 직후인 11월 초 한국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통합 목소리를 높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활약하는 게 호평을 받는 이때 왜 불필요한 일로 당의 전열을 흐트러지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안철수#국민의당#바른정당#천하3분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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