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일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을 정리한 것은 보수 야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에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보수 재결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7, 8명이 이르면 5일 탈당한 뒤 한국당으로 복당하며 야권 개편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 8∼10명이 6일 방송 3사 당 대표 후보 경선 TV토론회 중계 전 탈당하자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추진하는 통합파의 한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5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의원총회 직후 1차로 의원 7, 8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이어 전당대회(13일) 전에 2차로 2, 3명이 더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分黨)이 임박하면서 바른정당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파국을 막을 중재안으로 내놓은 한국당과의 통합전당대회 제안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이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무슨 희망을 보고 거기에 기어 들어가느냐. 통합전당대회 주장에도 찬성 못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외곽에 있는 보수 세력을 결집해 보수 통합의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옛 친이(친이명박)계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 등이 대상이다.
바른정당 일부 의원이 한국당 합류를 위해 탈당하는 순간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이 무너진다. 20대 국회의 원내 기반도 기존 4당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등 3당 체제로 재편된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재결합이 속도를 내자 정치권에는 연쇄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원내지도부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정책연대의 출항을 알렸다. 양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규제프리존특별법, 채용절차 공정화법(부정채용 금지법) 등을 처리하는 데 힘을 모을 계획이다.
이는 양당 간 중도정당 통합론이 당분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일단 정책연대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책연대가 선거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그런 정도로 우리 당내에서도 지난번에 얘기를 했다. 이제 정책연대부터 활발히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1당의 지위를 위협받는 민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되는 ‘2+2+2회의’를 제안했다. 보수 재편으로 몸집이 커질 제1야당 한국당을 제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을 흡수하는 방식의 여권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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