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대립하던 원내 4당인 바른정당이 5일 심야 의원총회를 끝으로 결국 둘로 쪼개졌다.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전당대회 연기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늦어도 9일 자유한국당에 합류하면 20대 국회는 원내 3당 체제로 바뀌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강 체제 아래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 잔류 의원이 제3지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 “의원 9명, 6일 1차 탈당 선언”
바른정당은 일요일인 5일 소속 의원 2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13일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중도 성향의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이다. 주호영 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러분도 무거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진로뿐 아니라 의원 한 분 한 분의 정치적 진로도 결정된다. 허심탄회하게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당부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4시간 가까운 의총이 끝난 뒤 “할 말이 없다”며 회의장을 나섰다.
통합파 리더이자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김무성 의원은 의총에 앞서 주변에 “이별 수순” “farewell party(송별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도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의총을 전후로 바른정당 의원 20명에게 탈당 의사를 확인한 결과 강길부 김무성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정양석 주호영 홍철호 황영철 의원 등 9명이 전당대회 강행 시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탈당 시점은 1차 탈당은 6∼9일, 2차 탈당은 전당대회(13일) 이후로 예상된다. 탈당하지 않고 끝까지 잔류하겠다는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자인 유승민 의원 등 4명뿐이었다.
1차 탈당파가 내세운 명분은 보수 궤멸에 맞서기 위해서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통합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역구 면적이 넓은 의원은 지역에 탈당을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려 며칠 더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을 피하면 9일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신환 의원은 “6일 탈당하지는 않겠다. (탈당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고 했다.
○ 탈당파 15명 초과 땐 한국당 원내 1당
2차 탈당파는 ‘+α’로 예상된다. 여기에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정병국 의원 중 일부가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끝까지 한국당과의 통합을 거부해 통합파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만약 15명 이상 탈당하면 원내 1당 지위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이 아닌 한국당(107석)이 차지한다.
당장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것이 큰 타격이다. 1차 탈당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전에 탈당하면 지급 규모가 14억7600만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상임위원장도 뺏기고, 원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된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에 앞서 열린 당 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 때 당 분열 대책을 묻자 “정책연대든 선거연대든 연대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당 친박 세력과의 마찰 등으로 추가 탈당파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한국당에서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탈당파 의원은 “나머지 친박 세력을 한국당 복당 뒤 쫓아내겠다”고 했다. 중립지대에 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옮길지도 주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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