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주축 의원들에 대해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분당시계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리위는 지난 1일 밤 오신환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유의동·권은희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결정을 했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징계가 확정될 경우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등 초강경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비당권파 입장에서 이는 사실상 ‘결별’을 최종 통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변혁 의원들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와 바른미래당 해체 요구를 하며 신당 창당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하태경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원내대책회의에서 “(당내에는) 다음 총선에서 집권당을 심판하는 게 아니라 야당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일부 당권파가 있고, 야당으로서 다음 총선은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한다는 분들로 확연히 나뉘어져 있다”며 “그래서 당이 하나가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 국민들에게 솔직한 길을 가기 위해선 이 당을 해산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며 “김관영 최고위원, 채이배 정책위의장, 임재훈 사무총장 등 (당권파 지도부가)이 해산하는 길을 함께 가는 것이 국민들께 마지막으로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때마침 변혁 의원들이 신당 창당의 기점으로 설정한 정기국회 마무리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변혁 의원들은 오는 8일을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지난 1일 신당추진기획단 주도로 토론회를 여는 등 논의를 진행 중이다.
변혁은 1일 토론회에서 신당의 방향성으로 Δ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정당 Δ패권주의 극복 정당 Δ청년 중심 정당 등을 제시했으며, 신당 가칭 당명 역시 한 주 동안 논의해 발기인 대회에서 공개할 전망이다.
이번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신당의 방향성을 놓고 다소 이견이나 온도차를 보이던 변혁내 결집을 이끌 촉매제가 될 수 있단 견해도 나온다.
변혁내 한축인 안철수계 의원들, 특히 지례대표제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확답이 있기까지는 움직임을 갖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일각에서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발기인 대회 불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측 핵심인사인 권은희 의원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으로 제3지대에 기대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20대 국회 남은 기간동안 바른미래당 소속이 아닌 한명의 국회의원으로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탈당을 시사해 기류가 급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이번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신당 창당에서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오신환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제약이 생길 경우 정기국회 절정에서 원내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신당 창당의 전제 내지 명분으로 내세워왔던 변혁으로선 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지목돼왔다.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변혁 의원들이 윤리위 징계에 맞서 가장 먼저 꺼내든 요구가 ‘오신환 원내대표직 유지’라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혁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권파 내부 우려까지도 무시한 손학규 대표가 어떤 주장을 하든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라는 오신환 원내대표의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는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가 여전히 오신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며, 손학규 대표의 막장정치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임을 천명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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