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통화 넘어 재정동맹 단계… 내일 정상회의서 공식 논의
채무상한 어기면 벌금 부과… 유로본드는 의제에서 제외
‘그리스 정부가 공공근로자 복지 향상을 위해 책정한 내년도 예산 항목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삭감 또는 삭제를 요구한다.’
‘스페인이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차입을 늘리려 할 경우 EU 회원국의 동의를 구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8.2%였던 아일랜드는 부채 비율 상한을 80%로 줄이기로 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해 벌금을 부과당하게 됐다.’
유럽이 단일통화 유로 출범 13년을 맞아 재정동맹을 강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이런 내용의 재정동맹 강화 방안 초안이 마련됐다고 26일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는 각 회원국의 예산안이 자국 의회에 제출되기 전에 심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항목에 대한 변경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초안은 각 회원국의 국가채무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에 대해 집단적 동의로 상한을 설정한 후 이를
어기는 국가에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재정에 부담을 주는 차입을 하는 경우 회원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FT는 EU가 유로존 17개국에 대해 이런 재정감독 기능을 할 경우 마치 17개국을 관할하는 ‘EU 재무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으로 유로존은 통화동맹에서 ‘보다 긴밀한 재정동맹’으로 성격이 변해가며 정치통합을 향해서도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독일의 반대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전면적인 유로본드 도입 방안은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본드는 회원국의 국가부채를 EU 전체의 부채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면적인 ‘국가부채의 공유화’를 의미한다.
이에 독일은 철저히 각국의 재정을 통제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의
부채를 나눠 부담하려는 방안만을 집중 논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유로빌(eurobill)’을 발행해 회원국의
단기채권을 처리하는 방안만이 포함돼 있다. FT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더욱 긴밀한 재정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독일에 유로본드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초안은 5000억 유로(약 723조365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직접 은행에 수혈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감독할 공통의 은행감독기구를 세워 운영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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