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내가 살아있는 한 유로본드는 없다”

유로존 정상들은 “채무 분담”, EU정상회담 난항 예고
‘유로2012’로 똘똘 뭉친 독일 “메르켈처럼 플레이를” 지지

유로존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 29일 벨기에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양보하라”는 전방위적인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유로존 4개국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유로 공동채 도입과 채무변제기금 설립 요구를 일축한 데 이어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상회의에 제출할 유로위기 해법안이 초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제출안에는 초안과 달리 유로화안정기구(ESM)가 역내 은행에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부분이 빠지고 은행동맹과 유로본드의 필요성도 형식적 언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 스페인 등 상당수 정상이 당장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유로존의 예금공동보증과 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재개, 채무공동보증 등이 필요하다고 메르켈 총리를 압박할 것이라고 유럽 언론은 내다봤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26일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독일의 반대를 에둘러 비판했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 씨까지 “독일이 유럽을 잘못 이끌었다”며 “은행 통합에 앞서 정치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메르켈 총리의 주장은 비현실적인 핑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26일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의원 모임에서 “내가 살아있는 한 유로본드 발행과 부채의 공동 변제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전날에도 “정상회의 초점이 채무 분담에만 맞춰지면 안된다”며 “유로채권이나 채무변제기금은 경제적으로 잘못된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전방위 공세에 몰려 있는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 국민은 똘똘 뭉쳐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다. 독일이 그리스와 ‘유로 2012’ 축구 8강전을 벌인 22일 독일 타블로이드 일간지 ‘BZ’는 표지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 대신 메르켈 총리의 여러 얼굴을 넣어 ‘메르켈처럼 플레이하라’는 제목을 붙였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국가대표팀 마스코트가 됐다”며 독일-그리스 경기를 보기 위해 유로존 4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바꾼 것과 대표팀 훈련캠프를 찾아가거나 선수에게 직접 격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까지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르피가로는 26일 유로 2012를 계기로 독일 전역에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적 자긍심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됐던 독일에서 집단적으로 국기를 흔드는 등 애국심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