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發 분배 악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의지
“혁신성장보다 소득성장 치중”… KDI, 경제정책 불균형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부각한 반면 기업 활동을 돕는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노동계에 치우친 채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난 데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 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인 만큼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급을 개혁하는 혁신성장이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