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한 모임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그는 TV토론회나 성명서를 통해 경총의 강경 논리를 앞장서 대변해온 ‘경총맨’이었다. 1970년 발족한 경총은 원래 태생부터가 전투조직에 가까웠다. 투쟁적 노사관계라는 시대 상황으로 인해 한편에서는 양대 노총과 맞짱을 뜨고 한편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재계 단체들 가운데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했다.
▷이런 성격은 친노동 정부라는 현 정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김 부회장은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은 갈등만 키우고 전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면으로 반발했다.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작심한 듯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반성하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아마 이때 경총과 김 부회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을 것이다.
▷올 4월 임기가 끝나고 연임을 고사한 박병원 회장과 함께 김 부회장도 물러났다. 그 뒤 영입된 인물이 송영중 전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다. 아무리 알아서 엎드린다고 해도 관료가, 그것도 노동부 출신이 낙하산처럼 온 데 많은 회원사들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최근 회장단이 송 부회장을 경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발단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다. 경영계에서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송 부회장이 최저임금위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해 회원사들을 당혹하게 했다.
▷송 부회장은 취임 이후 조직 내부에서 불화설이 끊이질 않더니 최근에는 재택근무로 구설에 올랐다. 송 부회장은 노동부 시절 원만한 성격에 합리적인 관료였다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경총은 사용자들을 위한 이익단체이고 부회장은 그 조직을 이끄는 실무 책임자다. 이런 자리의 성격에 대해 착오가 있었다면 경질론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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