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일자리가 정부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5개월째 이어지면서 고용 부진이 더 이상 쇼크가 아닌 한국 경제의 만성질환이 되고 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만2000명에 그치는 고용 참사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는 봄비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6, 7월을 두고 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6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했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제조업에서 고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 확인됐다. 깊고 긴 터널로 빠져드는 일자리 참사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5개월째 이어졌다. 일자리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하며 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에 그쳤다.
당초 지난달부터 고용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일자리 시장이 쉽게 개선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조업 일자리 쇼크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6000명 늘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 7만2000명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신규 고용 32만 명 창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떨어진 뒤 5개월째 10만 명대 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대로 집계된 건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일자리 시장을 지탱하는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가 12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만 명 이상 줄어든 건 지난해 1월(17만 명 감소)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 조선 구조조정의 여파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취업자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고용참사’ 안이하게 대응한 정부
일각에서는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현실 진단이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청와대는 5월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했고 공무원 시험과 강우일 증가가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에 고용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취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었다는 데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든 것에 초점을 맞춰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며 “결국은 기업 투자가 안 되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인데 인구구조 때문에 취업자가 줄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조업일수 증가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는 줄어도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1, 2월 상용직 일자리 증가폭이 43만∼4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6월 상용직 증가폭은 36만5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 “민간고용 늘릴 기업투자 촉진 대책 나와야”
청와대는 부실한 진단을 토대로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해왔다. 반장식 전 대통령일자리수석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공기업 채용,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화하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경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해 근로자를 더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으로 어떻게 생산성을 끌어올릴지 집중해 왔다.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구조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고용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줘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과 관련된 불확실성, 각종 규제 등으로 민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 환경을 개선할 의사가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등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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