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인상 폭에 대한 불만은 물론 인상 절차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산하 위원회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번 인상안을 결정한 회의에는 사용자 측 9명 전원과 근로자 측 위원 가운데 민주노총 추천 4명이 불참했다. 공익위원 전원과 한국노총 추천 5명 등 14명만 참석한 반쪽짜리 회의였다. 사용자위원들은 공익위원 전원이 친노동계 인사로 구성돼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면서 회의를 보이콧했다. 민주노총은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을 최임위가 아닌 국회가 한 데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왔다.
결국 이번 인상 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원 추천하는 공익위원들의 뜻대로 됐다. 위원회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외부 위원회가 인상 결정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맞춰 고용부가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초 당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마저 무리한 인상이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용부가 하고 싶은 대로 됐다. 공익위원 9명 전원을 고용부 장관이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규정을 손질해 누가 봐도 중립적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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