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후폭풍과는 별도로 과연 어느 정도의 최저임금이 적정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효과는 나라마다 다르다. 독일의 경우 2015년 최저임금을 도입했을 때 실업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일자리가 40만 개 증가했다. 독일은 이미 노동개혁을 통해 경직된 임금협상, 해고조건 등을 완화한 데다 경제가 호황인 국면에서 도입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충격을 경제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2005년 최저임금이 전체 근로자 임금 중간값의 60%에 도달한 이후 추가 인상을 중단하고 있다. 더 이상 오르면 저임금 단순노동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비율은 올해 기준으로 미국 35%, 영국 49%, 독일 47%, 한국 55%다. 한국은 이번 인상으로 내년에 프랑스가 최저임금 올리기를 멈춘 60%에 육박하는 59.4%에 이르게 된다. 한국이 어느 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멈춰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헝가리는 2000∼2004년 최저임금을 60%나 인상했다. 2년간 29%를 올린 한국과 급격한 인상 속도가 비슷했다.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도 전체의 20% 정도로 우리나라의 18%(올해 기준)와 비슷했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고용 2% 감소라는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 헝가리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명이다.
어제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0∼2017년 중소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1.8배 증가했다. 그 기간 동안 최저임금은 4배 정도 증가했다. 기업들이 인상 속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5% 정도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2, 3배나 많아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 범위가 그만큼 넓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맞게 투여량을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역시 취지는 살리되 경제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라는 게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