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별 사업장이 최저임금을 지켰는지 따지기 위해 월급이나 주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만 주휴수당(근로자가 일주일 개근하면 주는 유급휴일수당)을 포함시킬 것을 법령에 못 박았다. 최저 ‘시급’의 산입범위(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시키는 임금 항목)에도 주휴수당을 정식으로 넣어야 한다는 경영계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체감 최저시급이 이미 1만 원을 넘은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 외에도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일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근로자가 하루 3시간, 한 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유급휴일에 해당하는 하루(8시간) 치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가 받는 월급이나 주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유급휴일을 계산에 넣을지가 법령에 명확히 적혀 있지 않아 혼란이 컸다.
예컨대 근로자 A 씨의 월급 170만 원을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4.35주)인 174시간만으로 나누면 A 씨의 시급은 9770원으로 계산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많다. 하지만 이날 고용부가 명문화한 공식에 따라 유급휴일(주 8시간×4.35주)까지 분모에 넣어 총 209시간으로 나누면 A 씨의 시급은 8134원이 된다. 이에 따라 A 씨를 고용한 사업주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간 고용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단속할 때 자체 행정 해석에 따라 ‘209시간 공식’을 적용해 왔고 이번에 이를 명문화했다.
이번 조치는 사업주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업주가 체감하는 최저시급은 이미 1만30원이니, 차라리 주휴수당을 산입범위에 정식으로 넣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9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최저시급 계산 방식을 수정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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