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행정소송 각하하며 “고용부 고시, 법원 판례와 달라”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포함 비판… 정부 시행령 개정안 논란 커질듯
법원이 올해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 월급을 157만377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고시한 정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상공인연합회가 낸 행정소송을 16일 각하했다.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부 해석이 법원 판례와 달라 사회적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휴수당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해 최저임금 월급을 산정한 고용노동부의 조치가 판례와 어긋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하면 지급해야 하는 휴일수당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소상공인연합회 측 이모 씨 등 4명이 고용부를 상대로 낸 최저임금 고시 취소 소송을 이날 각하했다. 재판부는 “최저임금 월급 고시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용부의 고시가 “법원의 주류적 견해와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대법원은 비슷한 내용의 민사·형사재판에서 고용부 해석과 달리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 왔다.
기존 판례대로라면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받는 근로자는 자신이 실제 근무한 주 40시간씩 월 174시간을 곱해 월급으로 131만220원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고용부는 여기에 실제 일하지 않았지만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줘야 할 휴일수당분의 근로시간 35시간을 더한 월 209시간을 곱해 최저임금 월급을 157만3770원으로 고시했다. 이보다 적게 준 사업주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132만 원을 줘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재판부는 “월 임금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회적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고 고용부를 비판했다. 행정소송 요건은 안 되지만 고용부의 해석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날 판결 내용으로 고용부가 10일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주휴수당 등 유급휴일 관련 근로시간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조항을 아예 시행령에 넣을 방침이다. 지금까지 행정해석으로 해온 주휴수당 포함 근로시간을 시행령에 못 박아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법원이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을 근로시간에 넣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상황에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고용부가 법원 판례를 바꾸기 위해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소상공인회는 “(법원의 각하 결정은) 내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1만 원을 넘었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 복지 차원이던 주휴수당이 이제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법률 검토를 거쳐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각하 결정은 합리적 법리에 기초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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