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어제 고용 대책회의를 열어 4조 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신속히 추진하고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늘리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청이 이례적으로 휴일에 긴급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일자리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31만 명이던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달에 5000명으로 떨어져 고용대란이 재난 수준임을 확인했다.
이런 화급한 상황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국가의 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청와대 사령탑인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발언은 걱정스럽다. 장 실장은 “현재 우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이르고 있으나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적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책실장이라면 왜 그런 모순이 계속되고 있는지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지,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말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장 실장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저소득·중산층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1년 3개월 동안 혈세를 쏟아부었는데도 우리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대체 정책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나는지 되묻고 싶다. 당장 생계가 위태로운 서민에게 “정부를 믿고 기다려 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장 실장은 최근에도 경제 사정이 악화된 원인을 두고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과 대립했다고 한다. 윤 수석이 최악의 일자리 지표에 대해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하자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에서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회의론이 불거지는데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이 정도면 본인이 물러나든, 대통령이 문책하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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