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1∼3월) 중 자영업자들에게 1조8000억 원 한도로 연 2%대 초저금리의 무담보 대출을 제공한다. 또 연체에 빠진 자영업자의 빚을 탕감해주고 정책 금융기관의 대출 보증 한도를 대폭 높여주는 등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에 총 2조6000억 원이 넘는 돈을 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영업자 금융지원 및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범정부 차원에서 20일 내놓은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근본 원인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 없이 땜질 처방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기업은행, 자영업자 대상 연 2%대 대출 선보여
금융위는 IBK기업은행을 통해 내년 1분기 중 자영업자 대상의 초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가산금리 없이 기준금리인 ‘코리보’(은행 간 단기 기준금리)만을 적용해 대출 금리가 연 2%대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21일 현재 코리보는 연 1.99%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이 취급하는 자영업자 대상의 신용대출 금리가 연 5%대 중반”이라며 “대출 금리가 연 2%대로 낮아지면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연간 360억 원 정도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연체가 없고 기업은행의 자체 신용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자영업자가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동산업·임대업 사업자는 제외된다.
또 기업은행은 2000억 원 한도로 ‘자영업자 카드 매출 연계 대출’도 새롭게 선보인다. 기업은행이 자영업자의 카드대금 입금 계좌를 통해 카드 매출을 확인한 뒤 미래 매출을 추정해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카드 매출 대금의 10∼20%는 자영업자가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한다.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낮지만 장사가 잘되는 자영업자들이 기존 대출 상품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대출들을 통해 기업은행의 손실이 생기거나 자본 비율이 하락할 것을 대비해 내년도 예산 2000억 원을 배정했다.
○ 자영업자 채무도 탕감
아울러 6000억 원 규모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보증이 확대된다. 사업에 실패한 뒤 재도전하는 자영업자나 창업 초기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현재 85%인 대출 보증 비율이 내년 1분기부터 90∼100%로 높아진다. 보증료도 현재의 1.5%에서 0.5∼1.2%까지 낮춰준다. 보증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은행권이 마련한 사회공헌자금 500억 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연체 상태인 자영업자나 폐업한 지 2년이 안 된 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및 재기자금 지원’ 패키지도 내년 3분기(7∼9월)부터 가동된다. 총채무액이 15억 원 이하이고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원금의 30∼60%를 감면해주고 대출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연장해 주는 방식이다. 또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금융회사, 정책 금융기관이 보유한 연대보증 채권을 사들여 원금을 최대 60% 탕감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실질적 금융 혜택이 늘어나고 이자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채무 탕감 제도는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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