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씨(31)는 대전 대학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길거리 장사와 휴대전화 관련 사업을 해온 그는 나름대로 장사 감각을 익혀 왔다고 자부했다. 이 씨가 치킨집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에선 말렸지만 잘할 자신이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치킨집은 꽤 잘됐다. 모 배달 업체로부터 우수 업소에 선정됐고 ‘우리 동네 맛집 순위’를 정하는 사이트에서 1위도 했다.
그런 이 씨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자영업자가 쓰는 최저임금과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이 글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 씨 같은 치킨집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상세하게 써 있다. 이 씨의 동의를 얻어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치킨 한 마리 팔아 남는 마진은 매출액에서 재료비 배달비 인건비 고정비를 뺀 돈이다. 그의 가게에서 치킨 한 마리 값은 1만4900원(배달 기준)이다. 평균 이상 장사가 되는 점포를 기준으로 하루 47마리를 판다고 가정하면 하루 매출은 70만 원. 여기에 육계(11호) 4350원을 포함한 각종 기름, 콜라, 치킨무, 소스, 포장용기 등 재료비(6750원)와 배달비(평균 3300원)를 제하면 한 마리당 4900원씩 총 23만 원이 남는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8350원)을 적용해 하루 14시간 기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11만6900원)를 빼면 약 11만5000원이 남는다. 또 월세 88만 원의 하루치(약 3만 원)를 빼면 약 8만5000원, 여기에 전기료, 가스료, 공동관리비, 인터넷, 정수기 등 기타 고정비의 하루치(약 3만5000원)를 빼면 5만 원이 남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종 배달 업체에 나가는 광고비가 하루 평균 2만5000원. 결국 사장 손에는 하루 2만5000원이 남는다.
오후 4시 출근해 다음 날 오전 5시 퇴근해서 한 달 버는 돈이 고작 77만5000원이라니 너무 허무하다. 그래서 이 씨는 점장과 매니저, 알바를 잘랐다. 그 대신 몇 달 전 대구에서 엄마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동생이 올라와 주방에 투입됐다. 그런데도 배달 주문 받으랴, 치킨 튀기랴, 홀서빙까지 보려니 서빙과 배달이 자꾸 늦어졌다. 고객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최저임금도 지급 못하면 폐업해라” “네 능력을 탓해라”는 자영업자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넘친다. 이 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알바에 최저임금은 물론 담뱃값까지 쥐여줄 여유가 있었다”며 “아직 젊고 혼자인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퇴직금으로 창업한 가장은 어떡하느냐”고 했다.
이 씨는 치킨집을 버리고 최근 ‘포차(포장마차)’로 상호를 바꿨다. 치킨뿐만 아니라 찜닭, 만두, 떡볶이까지 파는 ‘문어발식 점포’다. 조금이라도 주방 가동률을 높이고 배달 손님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꼭 그럴 수밖에 없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장사 3년 만에 남은 건 내 이름으로 5000만 원, 부모님 앞으로 1억 원의 대출금뿐”이라며 허탈해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치킨집 사장의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의도는 좋았지만 여기서 시작된 변화는 그럭저럭 먹고 살 만했던 한 치킨집의 서비스 질을 하락시키고 자영업자의 삶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 악순환의 중심에 최저임금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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