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이제야 가시화되었다. 2018년이 끝나가는 즈음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법제화 방안이 담기면서이다.
사회적 논의의 초점은 여기에 담긴 서로 다른 네 가지 방향의 연금개혁안이다. 그러나 종합운영계획안에는 향후 국민연금 제도 발전에 중요한 몇 가지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의 첫째 아이부터 적용, 군복무 크레디트의 인정 기간 확대, 그리고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가 그것이다. 이 중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나아가 제대로 된 연금개혁 실행의 선결 조치라는 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 제도가 어떤 경우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연금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사회적 계약이며, 이 계약의 이행을 최종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국가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첫째, 한국의 국가가 수십 년 동안 국민에게 어떠했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 국민의 경험 속에서, 국가가 국민을 위한 사회 보장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직 낯설다. 국가의 사회 보장 역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국민연금이 각자의 기여에 의해 급여를 주는, 개인연금보다 수익성 높은 저축상품인 것처럼 인식을 오도해 온 것을 생각해 보자. 마치 국가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제도가 제대로 노후 소득 보장 역할을 하기 전인 2000년대 초부터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다. 그런데 많은 국가에서 국민연금은 큰 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운영하며, 사회연대를 통해 기능하는 세대 간 부양 장치 역할을 한다.
물론 수급자들이 늘어나면서 공적연금 제도의 노후 소득 보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제도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고 있다. 연금 가입률, 사업장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가가 어떠한 상황에서든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함을 명시하는 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은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으로 우리 사회가 한발 더 내딛는 데 필요한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이 약 40만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에 대한 국민연금 제도의 노인빈곤 예방 역할 수행은 요원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제도의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을 실행하는 것은 역시 국민의 제도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국가의 지급 보장은 신뢰 회복과 좋은 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부안 발표 이후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대화기구의 논의, 국회 논의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급여 지급 보장은 반드시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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