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설정委-결정委 이원화 추진
勞-使-政 추천할 구간설정위원들 일부 상호탈락시켜 구성 진통 예고
합의 못할땐 정부측 입김 그대로
최저임금위원회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이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면 그 안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추천한 위원들이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하한선을 정하는 위원회 구성을 두고 또다시 노사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초안을 다음 주 초 공개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편하자는 주장은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 대표들이 ‘전쟁’을 벌이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제기됐다. 최저임금이 시장 상황보다 정부 성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영계의 반발에도 2년간 최저임금이 29%나 오른 이유다.
정부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먼저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에서 경제와 고용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위의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2017년 12월 권고한 방안과 동일하다.
문제는 구간설정위의 전문가 구성 방식이다. 당초 TF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5명씩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또다시 정부 추천 위원 5명이 상하한선을 정하게 돼 최저임금위 폐단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노동계나 경영계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전문가를 다수 추천한 뒤 상대가 추천한 인사 중 일부를 서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구간설정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성 인사’보다 중립적 인사를 많이 참여시켜 위원회 내 갈등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위원 상호 배제’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구간설정위 구성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이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이원화 방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아예 국회나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을 직접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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