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로 구간설정위원회를 구성해도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지 않다면 노사 대리전이 될 수밖에 없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최저임금 인상률 구간의 범위 제한이 없는데 상한이 50∼60%가 되면 어떻게 할 건가?”(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이원화하고, 기업의 지불 능력을 포함해 ‘경제 및 고용 상황’을 반영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문제점을 제기했다. 10일 고용노동부가 정부안 확정에 앞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다.
정부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정한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토대로 ‘결정위원회’가 최종 판단하도록 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결국 ‘노사 대리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구간설정위에 들어갈 전문가는 노사정이 추천하게 된다. 권 교수는 “구간설정위는 노사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가능한지가 관건”이라며 “그게 안 되면 전문가가 노사 대리인 역할을 해 구간 설정 단계부터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간 결정 범위에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권 교수는 “구간설정위가 구간을 너무 좁혀 넘기면 결정위가 할 일이 없어지고, 너무 넓게 주면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자신들이 추천한 구간설정위원을 ‘상호 배제’하는 방식을 두고 “소신 있고 관련 연구를 많이 한 분들이 오히려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정할 때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도록 한 데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전 교수는 “이 항목이 적정한 임금 인상을 막을 여지가 있다”고 반대한 반면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지불 능력은 중요한 지표”라고 찬성 의견을 냈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적용할 최저임금 논의 자체를 미룰 계획이다. 고용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입법이 지연되면 최저임금 심의 일정과 최종 고시 시점(8월 5일)을 뒤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오르면서 속도 조절 여론이 거센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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