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개의 절벽]
본보 기자 알바 30곳 지원해보니 합격 4곳뿐… 조건도 열악
업주들 “지원자 줄 섰다”… 최저임금 올라 해고 늘어난 영향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없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이력서 보고 내가 직접 구직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걸었는데, 올해는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A당구장.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지원한 본보 송혜미 기자(27)에게 당구장 주인이 한 말이다. 이 당구장이 채용하는 아르바이트는 목요일(낮 12시∼오후 5시)과 금요일(낮 12시∼오후 10시), 주당 총 15시간을 일하는 자리다. 시급은 8500원(최저시급은 8350원)이고, 주휴수당은 따로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를 구하기 힘들었던 자리에 5명이나 몰리자 당구장 주인도 적잖이 놀랐다.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오른 지난해 1∼9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공고는 850만4642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22만3450건이나 줄었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곳이 늘어나니 남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년 구직자 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 봤다. 2018년 9월 입사한 송 기자는 대학 재학 시절 옷가게, 카페, 펍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력자’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의 떨어져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원한 30곳 가운데 서류심사를 뚫고 면접을 하자는 통보를 받은 곳은 절반인 15곳에 그쳤다. 그중 2곳이 면접을 일방 취소했고 13곳에서 면접을 봐서 겨우 4곳에 붙었다. 여자 아르바이트생만 구하던 화장품 가게, 라면 가게, 초밥집, 당구장 등이었다. 2∼3년 전에는 면접 즉시 “당장 일하자”란 얘기만 들었던 기자는 “이력서 두고 가면 연락하겠다”는 주인이 많아서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자영업자들은 “지원자가 최근 갑자기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옷가게는 “구직자가 일주일 만에 15명이나 몰렸다”며 면접 도중 이력서 뭉치를 보여줬다. 한 편의점 업주는 “구직자가 많아 며칠 뒤까지 지원을 받고, 12일 뒤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면접 때 채용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도 현장에선 ‘먼 나라 얘기’였다. 면접을 본 13곳 가운데 주휴수당을 주겠다고 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많아서인지, 법이 바뀐 걸 모르는지 서울 관악구의 한 옷가게 점장은 “그런 거 당연히 없죠”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고용인원 수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하는데도 “아르바이트생이 3명이라 주휴수당을 지급 안 해도 된다”고 잘못 이야기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구직자가 넘쳐나면서 편법으로 임금을 깎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으니 일할 거면 이틀은 무급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기간을 보름이나 둔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주인은 “수습기간을 왜 두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잘 맞지 않으면 해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자가 주인과 면접한 시간은 평균 5분.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르바이트 환경은 그 5분의 면접시간도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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