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하위 20%의 소득이 1년 전보다 17.7%나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소득 중에서도 근로소득이 36.8%나 줄었는데 이는 받던 월급이 깎인 것이 아니라 가족 중에 일하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 상위계층 20%의 수입은 작년보다 10.4%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도 심화됐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5.47배로 4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불균형 상황을 보인 것이다. 현 정부가 포용성장을 내세우며 소득 양극화 해소에 역점을 두어왔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아픈 대목’이라고 말한 바로 그 부분이다.
하위계층의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청와대나 기획재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고령화, 가구원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도 한 원인이다. 단순노동이 첨단 자동화시설로 대체되는 등 산업구조의 변화 추세도 하위계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4분기를 포함해 적어도 작년 한 해 나타난 하위계층 소득의 급격한 감소 및 양극화 심화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령자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많은데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통계상 문제가 있으니 조사 방법을 손질해야겠다는 식의 본질 회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실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온다.
소득 불평등은 교육 건강 문화 정치 등 그 사회 모든 불평등의 출발점이다. 양극화가 초래하는 사회 정치적 불안은 결국 경제 성장에도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 국제 통계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불평등 정도가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개선은커녕 악화 추세를 보이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정책 역량을 집중했는데도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면 정책수단에 냉철한 재점검 작업이 있어야 한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아동수당, 기초연금 같은 복지성 지출로 소득을 늘려주는 처방만으로는 일자리가 없어져 줄어든 소득을 대체할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구호가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소득 양극화 해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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