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제외 유감”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7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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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대한상의·무협 등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입장 표명
"기업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 지급땐 기업 존립 자체 위협 받아"
구간설정委에 노사참여 보장·정부 책임성 강화 등 수정·보완 요구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해 재계는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포함되어야 하며,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노사의견이 반영되도록 수정·보완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7일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결정기준에 고용, 경제상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는 “정부안 중 결정기준에서 논의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노사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반드시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무엇보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지불능력’은 임금수준 결정 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다.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은 제품가격 인상이나 고용 축소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국민 경제적으로도 물가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 지불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고 주장하나, 일본 사례를 참조하면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있는 수익성, 성장성 같은 자료들을 토대로 ‘기업 지불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경제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지불능력’이 결정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우며, 결정체계 개편의 취지를 본질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지불능력’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오늘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의 결정기준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등 경제상황을 추가하여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정부 초안에 제시되었던 기업의 지불 능력이 제외된 것은 아쉽다”며“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하면서 제도의 목적인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은 상당 부분 충족한 반면 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으로, 향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균형성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계는 “이원화된 결정체계에서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위원과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추천권을 정부와 국회가 가질 경우, 결국 정부가 대다수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촉발시킨 공익위원의 중립성 논란을 지속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노사정 추천, 노사 순차배제 방식 등을 활용하여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제고해야 할 것을 당부하면서 “이러한 중립성과 객관성의 담보가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적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정부안에서는 구간설정위원회에 노사참여가 배제되어 노사의견이 충실히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지목했다.

추 실장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의 위원을 공정하게 구성하여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향후 국회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위원의 선임과 더불어 지역별·업종별 구분 적용이 포함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재계 단체들은 ”구간설정위원회의 주요 역할이 최저임금 심의 시 활용되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 결정인 점을 고려하면, 구간 결정과정에서 노사가 중점을 두는 결정기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위원들이 노사의 주장과 그 근거를 명확히 인지하고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구간설정위원회에 특별위원 형태로 노·사·공익(상임위원)을 각 1명씩 포함하는 등 노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재계 단체들은 ”특히 현 최저임금법 상 정부는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우면 그 이유를 밝혀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간 검토의견을 제시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안에 대한 정부 검토의견 제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최저임금 제도운용 뿐만 아니라 결정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최저임금 수준이 안정화되면, 중장기적으로 프랑스, 독일 같이 ‘산식(formula)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도입 검토와 함께, 최저임금제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해 금번 결정체계 개편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구분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같은 제도개선도 함께 이뤄지길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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