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을 새로 위촉한 최저임금위원회가 30일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59)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박 신임 위원장은 “2년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다”며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과정이 우리나라 경제, 사회, 노동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뿐 아니라 고용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서 공정하게 파악하고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게 필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장은 여권 인사들에게서 나오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두고는 즉답을 피했다. 박 위원장은 “속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나 판단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생각을 슬기롭게 수렴해내는 게 나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최저임금 3, 4% 인상설이 흘러나오면서 외부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엔 “위원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대해 박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면서도 “산에 오를 때 단걸음에는 못 올라가듯 준비가 필요하다. 함께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년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벌써 속도 조절을 하면 인상 효과는 사라지고, 지난해 산입범위를 확대해 개악된 최저임금법만 남아 노동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논평했다.
새 진용이 구성된 후 처음 열린 이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는 노사의 기싸움이 팽팽했다. 근로자위원인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속도 조절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위원들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또다시 파행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이나 사업자들이 굉장히 어렵다. 이번에 위원회가 시장에 (인상 최소화) 신호를 확실히 보내야 한다”고 맞섰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과도한 인상이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4일 생계비 전문위원회와 임금 수준 전문위원회를 열어 기초 심의자료를 분석한 뒤 4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원회의가 열릴 때마다 논의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박 위원장은 법정 기한인 다음 달 27일까지 심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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