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590원…“경제활력 기대” vs “소비촉진 저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2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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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중소·영세 중심 고용확대 기대…후속 정책 주문
반면 실질임금 감소로 소비 위축, 양극화 심화 등 우려도
노조 반발 등 갈등엔 "정부가 당당히 나서라" 한 목소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87%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 고용확대라는 긍정적 기대가 있는 반면 실질임금 감소로 되려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2.87%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금액으로는 시간당 8590원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급’으로 낮게 결정된 배경에는 그동안의 인상률 폭과 경제상황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 근간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8년 10.9%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 5년간 6.1%, 7.2%, 7.1%, 8.1%, 7.3%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인상률이다.

대외적 경제상황이 불안한 점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등은 수출 중심인 국내경제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2018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였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인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고 이로인해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에게 경영부담을 많이 지웠다”며 “대내외 경제여건까지 더 악화돼 위기대응이 먹혀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의결이 ‘경제’를 바탕에 둔 결정이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향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경제 활성화가 예상됨과 함께 기업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영세·자영업자 입장으로 볼 때 고용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와 달리 최저임금이 저율 인상으로 돌아선 것은 고용확대라는 목적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저율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후속으로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확대라는 이익보다는 내수부진, 사회갈등 악화라는 손실이 더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수치를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이 1.6% 삭감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소비촉진을 저해해 경제활력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임금을 낮춰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은 어디서도 입증이 안됐고 오히려 양극화가 심한 나라는 재정을 쏟아부어 소비진작을 유도한다”며 “당장 영세 자영업자와 망해가는 중소기업이 생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결정적인 도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노조의 반발 등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설득을 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그동안 너무 올랐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노조의 총파업이 많은 지지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입장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에 여러 변수가 많으니 이해해 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엉거주춤하고 있으면 노조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정부는 이번 선택을 모른 척 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정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소폭 올랐다면 고용노동 문제 등 다른 부분에서 전향적이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정책 전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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